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이 책은 남자들의 삶으로 인류 전체의 삶을 대변하게 하면서 문화 전반에 별도로 수집된 여성의 데이터가 공백이 되었을 때, 평범한 여성의 삶에 사소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때론 엄청난 영향을 줄 수도 있는 현실의 사례를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여성운동가인 저자는 젠더 데이터 공백이 악의적이거나 고의적이지는 않지만, “남자들은 (기본값이므로)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고 여자들은 아예 언급되지 않는 수천 년 동안 존재해온 사고방식의 산물”임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이동, 도시계획, 산업안전, 사회적 표준 등 많은 부분들, 특히 의학 연구, 진단과 치료 부분에서 여성이 단순히 ‘작은 남자’가 아니며 실은 세포 단위까지 다르다는 명백한 사실이 간과되어 왔다고 이야기한다. 여체는 시험하기 너무 복잡하고, 너무 가변적이고, 너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임상시험에서 으레 배제된 결과, 여성에게 도움이 안 되는 약, 의료기술이 여성의 생명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또한 성별 구분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으면서 여성의 증상이나 질병이 그저 “이례적” 증상으로 취급되어 오진되거나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온 현실을 고발하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이상증세의 하나로 부정 출혈 등 ‘월경이상 반응’이 백신접종 여성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자, 백신의 안전과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진이 여성의 몸을 임상시험에서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점이 드러났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백신이 월경 주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사례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는 백신접종 후 이상 반응을 느꼈음에도 신고항목에조차 없음을 호소하는 여성들에 의해 알려지게 되었다. 

저자는 “남자만을 대상으로 수집한 데이터는 여자에게 적용되는데 한계가 있으며 때로는 치명적 결함을 드러내기도 한다는 것을 사회가 인정하고 여성의 고통에 귀 기울이고 젠더 데이터 공백을 메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점점 데이터 의존이 높아지는 빅데이터 시대에 젠더 데이터가 없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은 반쪽짜리 진실이 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를 위해 기능하는 세상을 설계할 때 여자도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성 중립적‘이라고 내세우지만 실제는 남성 편향인 관점은 여성의 관점을 배제하게 된다는 결과를 낳게 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신체,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 여자를 대상으로 한 남자의 폭력은 여성의 모든 생활 경험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젠더 간 차이가 계속 무시되고 우리가 남성의 신체와 그에 수반되는 삶의 경험이 인류를 대표하는 것처럼 살아간다면, 이것은 여성에 대한 일종의 차별이 된다는 주장을 담은 이 책을 정치인과 리더들이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좋겠다. 

신주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 상하이방(http://www.shanghaibang.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