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프 톨스토이 | 민음사 | 2012년 11월


<안나 카레니나>는 위선, 질투, 신념, 욕망, 사랑, 연민 등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감정들과 여성 인권 문제, 결혼, 계급(귀족과 농민), 종교(기독교, 불교) 등 인간이 만들어 낸 사회 구조와 당시 러시아가 유럽의 산업발달을 모방하면서 겪는 정치, 경제적 갈등에 대한 의미가 담긴 소설이다. 

책 제목이 <안나 카레니나>이기 때문에 안나의 부적절한 사랑에 대한 스토리가 중심이 된다고 보일 수도 있겠으나, 실은 톨스토이의 자전적인 모습을 반영시킨 또 다른 주인공 레빈을 통해 철학과 종교, 농민과 토지 문제에 대한 고민 등을 전달하고 있다. 인물과 상황 묘사가 매우 섬세하고, 문체가 현학적이지 않아서 읽기가 편한 소설이다.

안나의 이야기
안나는 20살 연상의 남편 카레닌과 아들 세료자의 어머니로서 안정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안나는 모스크바에서 우연히 브론스키를 만나게 되면서 결국 모든 것을 버리고 안나를 찾아온 브론스키를 거부하지 못하고 억눌려 있던 욕망과 사랑을 드러내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안나의 불안은 고조되고, 브론스키에게 집착하며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가 된다. 그러나 브론스키는 안나의 사랑과는 별개로 자유로움에 대한 권리를 강조하면서 안나에게 상처를 입히게 된다. 버림받았다고 여긴 안나는 브론스키를 벌하기 위해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하게 된다.

레빈의 이야기
시골에서 농지를 운영하는 청년 레빈은 키티라는 여인을 매우 사랑한다.  키티에게 용기 내어 청혼하였으나 거절당한 후 고독해진 레빈은 시골에 내려가 농민의 삶을 들여다보며 농민사회에 대해 연구하고, 자기 일에 집중한다. 일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고, 농장을 사랑하게 된 레빈은 어느덧 여유가 생기고, 주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이 생기게 된다. 그 순간 우연히 마차를 타고 가는 키티를 발견하게 되고, 사랑의 감정이 다시금 타오르게 된다. 키티의 출산 이후 레빈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초월적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되면서 종교적 깨달음을 얻는다.

안나 카레니나는 개인 또는 가족공동체의 성장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모습이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의 불행을 안고 있다”

이 소설의 유명한 구절이다.  
톨스토이는 사랑과 결혼, 가족 문제라는 보편적인 소재를 통해 철학적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철학의 주요 과제인 “개인의 이해와 공공의 이해 사이에 놓인 필연적인 연관성”에 대한 의미를 등장인물들로 하여금 의식이 흘러가는 대로 풀어나가게 했다. 또, 이 소설은 단지 안나만의 문제가 아닌 인간이 처한 공통 문제로써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을 얻고자 했던 소설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가정생활을 통해 인간이 성장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나는 모든 불행을 혼자 감당하며 결국 자신의 삶을 파국으로 치닫게 하는데, 그녀의 희생 또는 권리가 온당한지?’ 등의 수많은 논제거리가 생겨난다. 또, 현재 나와 우리에게 있어서 ‘나의 가정은 안녕한가?’, ‘행복의 주체는 누구인가?’ 등의 질문을 자신에게 던지게 된다. 
 
가정생활에 필요한 요소는 서로를 향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존중이 무시되다 보면 어떤 관계든 변화하게 되어있다. 안나 부부가 무시하려 했던 것, 레빈 부부가 존중하려 했던 것이 뚜렷해질수록 결혼생활에 대한 책임은 서로에게 있으며,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알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사랑과 결혼, 행복은 절대적이지 않고 상대적이며, 그 상대적 가치에 대한 기준은 본인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여겨진다. 

조수란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하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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