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동안 상영된 영화들 중 최악의 영화와 최악의 배우들에게 ‘골든 라즈베리 상을 수여한다. 골든 라즈베리 상은 1981년 3월 31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서 존 윌슨과 동료들이 53회 아카데미 시상식을 시청하던 도중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이 시상식 첫회에는 그들의 거실에서 터무니 없는 시상대와 마이크를 사용해 엉터리로 열렸다. 이 시상식에서는 실제 산딸기 모양의 거대한 트로피가 주어진다.


골든 라즈베리 상은 수상자가 참가하지 않는다는 특이점이 있는데, 이는 말도 안되는 시상식 개최 이유를 비롯해 수상하면 기분이 나쁘다는 점에서 관중이 없이 열린다. 하지만 수여되는 상의 목록을 보면 기분이 나쁠 만 하다. 개최 때부터 현재까지 주어지는 상 중에는 ‘최악의 작품상’, ‘최악의 감독상’, ‘최악의 시나리오상’, ‘최악의 연출상’ 등이 있다. 1996년에는 ‘100만 달러나 날려먹은 최악의 시나리오 상’으로 영화 ‘트위스터’에게 수여됐다. 

1980년 시상식이 처음 개최 됐을 당시 1회 수상작은 ‘음악을 멈출 수 없어’였다. 1982년에는 흥미롭게도 ‘오! 인천’ 이라는 작품이 골든 라즈베리 상을 받았는데 이는 미국에서 제작된 인천 상륙 작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 토마토’ 에서는 0%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IMDb’ 에서는 10점 만점 중 2.7점을 받았다. 

가장 최근 열린 2019년 시상식에서는 영화 ‘캣츠’가 수상했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로 기괴한 외형의 등장 인물과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를 이유로 ‘로튼 토마토’에서는 20%를 웃도는 신선도와 ‘IMDb’에서는  ‘오! 인천’ 과 별반 다를 게 없는 10점 만점에 2.8점을 기록했다. 

이처럼 역사상 가장 가혹한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 받는 상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보통 시상식을 떠올리면 긍정적인 영향을 준 인물이나 작품에 수여되는 장면이 상상 되지만 이 시상식은 그 틀을 깨고 그들만의 독보적인 길을 꾸준히 걷고 있다. 2020년의 시상식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개최되지 못했다.

학생기자 원세윤(SAS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