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국보다 진보적인 풍습이 강해서 낙태가 합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주마다 낙태법은 다르다. 대선과 함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가운데 미국의 낙태법 현황을 살펴보자.

미국 낙태법의 역사

1970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낙태를 원하던 한 여성이 합법적인 낙태를 거절당하자 거주하던 텍사스 댈러스 시를 고소했다. 이는 지금도 꾸준히 거론되는 ‘로 대 웨이드 재판(Roe V. Wade)’으로, 대법원이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심판을 내리면서 끝나게 됐다. 여성의 임신 기간인 42주를 3분기로 나눠서 임신 14주까지는 낙태 선택권을 여성에게 주고, 14~28주는 정부가 제한할 수 있되 완전히 금지할 수 없고, 28주 이후로는 산모가 건강상 위험에 처하지 않은 이상 낙태를 완전히 금지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이로써 미국 전국에서 낙태가 합법화됐지만, 주마다 임신 14주 이후의 낙태에는 여러 제한을 둘 수 있게 됐다. 

주마다 다른 낙태 제한

보수적인 색깔을 띠는 남부나 중부 주들이 낙태를 여러 방법으로 제한하려고 하고 있다. 임신 20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물론, 미성년자는 부모의 허락을 받게 하거나 낙태 상담일과 낙태 수술 날짜 사이에 기간을 두기도 한다. 텍사스, 조지아주 등은 24시간, 테네시, 앨라배마주 등은 48시간, 사우스다코타, 아칸소, 오클라호마주 등은 72시간을 필수로 한다. 이 기간 동안 임신 20주가 넘어서 낙태를 못 받게 될 수도 있고, 낙태를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준다. 중요한 것은 방아쇠 법(Trigger Laws)이 있는 아칸소 주, 아이다호 주, 켄터키 주, 루이지애나 주 등 총 10개 주에서는 대법원에서 ‘로 대 웨이드 재판’의 판결이 뒤집히면서 바로 낙태가 금지된다. 

Pro-choice, Pro-life의 의미는?

미국의 낙태 현황을 찾아보면, Pro-choice와 Pro-life 두 단어를 자주 보게 된다. Pro-choice란 선택을 의미하는 Choice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사상 또는 집단을 일컫는 말이다. Pro-life란 생명을 의미하는 Life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낙태법에서 태아의 생명을 우선시하는 사상 또는 집단을 뜻한다. 대체로 Pro-choice는 낙태 찬성, Pro-life는 낙태 반대 입장을 표한다. Pro-choice사람들은 낙태를 원하는 여성들은 낙태가 합법이든 불법이든 어떠한 방법을 찾아서 낙태를 하기 때문에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산모의 생명만 해친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낙태가 아예 금지돼 있는 엘살바도르는 미국보다 매우 높은 낙태율을 보여준다. Pro-life의 입장은 뱃속에 있는 태아도 인권을 존중받아야 할 사람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생명을 소중히 여긴다는 Pro-life 지지자들이 태아의 생명만 중시하고 산모의 생명은 안중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과거 트럼프 정부의 낙태법

작년 10월 앨라배마주 주지사는 강간,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냈다가 대법원에서 위헌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퇴보적인 낙태법이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9월에 임신 초기 낙태 약물을 처방받을 때 낙태를 원하는 사람이 직접 병원에 찾아가 약물을 받아야 한다는 법안을 냈다. 이 법안은 미국의 취약계층인 흑인과 라틴계 사람들에 큰 영향을 끼칠 거라고 예상된다. 보수층 기독교인들이 트럼프 정부 지지자의 대다수인 탓인지, 트럼프 정부는 낙태를 더욱 제한하려는 입장이다. Planned Parenthood라는 재생산 보건 단체는 낙태뿐만 아니라 성교육, 피임 등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낙태를 ‘조장’한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정부는 Planned Parenthood의 지원금을 대폭 줄이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의 낙태법

이번 대선에서 승리한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낙태에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다. 바이든은 2007년에 낸 책에 개인적으로 낙태를 반대하지만, 자신의 의견을 사회에 강요할 권리는 없다고 밝혔다. 작년에 바이든은 의료보험을 통해 낙태를 지원하는 데 찬성했고,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는 여러 차례 낙태금지강화법안에 반대표를 냈다. 이에 바이든 정부는 낙태 제한을 완화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학생기자 한민교(SMIC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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