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 유지영 저 | 문학동네 | 2021.01.18


<말하는 몸>은 팟캐스트로 진행되었던 88명의 여성들이 말하는 몸 이야기와 이를 기획한 PD와 기자, 두 여성의 에세이를 담은 책이다. 1권은 몸의 기억과 마주하는 여성들, 2권은 몸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들에게 몸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개인이 자신의 고충과 기억에 대해 말하는 것. 그게 가장 어려운 발화라고 생각해요. 나의 상처와 고통을 마주보는 목소리를 기록하는 것이 그 이야기를 듣는 이들에게 가지는 의미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고요. 아주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이걸 듣는 사람들이 지극히 개인으로서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의 고통과 기억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될 테니까요.” 

“자신의 몸에 대해 스스로 편하게 이야기하게 됐으면 좋겠어요. 몸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고, 감추지도 않고, 콤플렉스 조차도요. 저는 "이야기된 불행은 불행이 아니다"라는 이성복 시인의 글을 기억하는데 몸에 대해 스스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다 보면 조금 더 괜찮아지지 않을까요. 주위에 있는 든든한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나의 든든한 관계들, 확실하고 단단한 사람들, 그 관계 안에서는 나의 몸에 대한 이야기가 쉬운 주제가 됐으면 좋겠어요.”

 참여자들의 이야기처럼 이 책을 읽다 보면 내 몸에 관한 각종 기억, 경험이 스멀스멀 떠오르고 나의 친구들, 페미니스트 동료들과 몸에 대한 ‘말하기’를 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진다. 거기에는 나만의 경험이라기보다 여성이라는 몸이기에 갖는 공통의 경험이 있고, 사회적으로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몸에 관한 시선, 요구들이 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했는지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몸에 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은 아직도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젠가 아이들 학부모로서 좀 친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살아오면서 겪은 크고 작은 성폭력 피해 경험을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지하철 성추행부터 아는 사이에서 발생한 성희롱까지, 그런 경험을 단 한 번도 겪은 적이 없는 운 좋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 잘못이 아니었으므로 담담하게 말했었다. 그런데 다들 뭐라고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던 모습이 생각난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드러내놓고 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여성의 말은 '수다'나 '잔소리' 정도로 명명되어 왔어요. 여성들에게 공적으로 말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지지 않은 것도 분명하고요. 말의 무게가 곧 리더십으로도 직결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마이크 잡은 이모들'이 더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여성의 말을 제한하거나 그 무게를 축소하는 제반의 성차별은 우리 일상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어요.”

“여성, 그중에서도 엄마에 대한 차별적 시선과 혐오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그런 엄마가 하는 말이 곧 ‘잔소리’입니다. 공적으로 말할 기회는 엄격히 제한되고 사적인 말의 무게는 한없이 가벼워지는 게 엄마들의 현실이잖아요.”

“이게 정치적인 또는 사회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면 더 얘기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 그동안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던 나의 개인적인 경험, 부끄러운 기억이라고 생각해서 얘기를 잘 못했어요.”

생리, 임신 중단, 섹스, 성폭력, 거식증, 폭식증, 외모에 대한 강박 등 여성의 몸에서 일어나는 일은 다종다양하다. 그러나 언어화되어 가시화되지 못하면, 겪었지만 없는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렇기에 ‘여성’들이 ‘몸’에 관해 함께 말하는 시간, 이야기하는 자리는 더 많아져야 하고, 내 주변부터 의식적으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성들 모두가 자기만의 이야기를 다 갖고 있을 것이고, 이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다고 다짐하게 되면 좋겠어요.”

“몸과 관계 맺는 문제를 혼자 고군분투해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이 정도나마 몸에 대해 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도 주변에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고, 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어서거든요.”

신주영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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