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 세계사 | 2016.07.20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이 책은 조선을 연 이성계 태조부터 27대 순종까지 당대의 중요 사항과 업적을 설 선생님의 어투로 이해하기 쉽게 쓰여져 학생들에게도 추천한다. 읽다 보면 학창 시절 암기했던 지식들이나 어렸을 적 이불 속에서 보았던 사극, 영화가 떠올라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보는 재미가 있다. 

기억에 남는 인물이라면 투철한 애민 정신으로 찬란한 조선의 문화를 꽃피웠던 공부벌레 세종. 적통한 왕손인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고, 세종과 문종이 아끼던 성리학자들에 피를 뿌려 왕권을 지킨 세조. 외세의 침입에 나 몰라라 백성과 성을 버리고 도망갔던 선조도 찌질왕으로 기억에 남는다. 7년이란 세월 나라를 지켰던 세자 광해군과 이순신 장군, 의병들을 치하하기는커녕 자신과 함께 도망갔던 신하들을 높였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지만, 23전 23승의 명장 이순신 장군의 기개는 눈부시게 빛난다. 

청나라의 인질이 되어 살면서 서양의 발전된 문물을 조선에 전하고자 했던 탁월한 외교능력의 소유자 소현세자를 질투하여 끝내 독살하고, 며느리에게 사약을 내란 매정한 아버지 인조. 어린 나이에도 신하들을 좌지우지, 카리스마 좀 날리며 인재를 균등하게 등용했던 숙종. (숙종의 여인 장희빈과 인현왕후의 이야기 또한 유명하다) 또 억울하게 죽어간 아버지를 가슴에 품고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켜 왕조를 다진 정조도 후세에 세종 다음의 성군으로 평가받는다. 



성군을 이루어야 나라가 잘 설 수 있다고 믿었기에 조선의 왕들은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빡빡한 공부와 업무를 감당해야 했다. 그래서인지 왕들은 단명하는 경우가 많았고, 외척 세력과 붕당정치, 외세의 입김에 왕권을 지켜야 했으니 왕실이라는 곳은 몇 대를 제외하고 바람 앞에 촛불, 언제 판도가 뒤집어질 지 모르는 살얼음판이었다. 후대로 갈수록 왕세손이 귀해져 제대로 준비된 왕이 나오기도 힘들어졌다고 한다.

최고의 의원들에게 보필 받던 몸이라 할지라도 항생제가 없던 시대 조선의 왕들은 종기로 피고름을 짜내다 많이 죽었다니 백성들의 삶은 어땠을지 짐작이 된다. 백성의 시름을 덜어주고자 균역법, 대동법과 같은 법을 제정했지만, 백성들의 고혈을 짜 실세만을 탐했던 탐관오리들이 많았고, 잦은 전쟁, 납세와 노역의 의무에서 고통받던 백성들의 삶은 너무나 피폐했던 것 같다. 

역사를 알수록 죄없이 억울하게 죽어간 인재들과 희생에 마음이 무거웠다. 어느 시절에도 세계의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역사를 알고 생기는 지혜가 나에게는 '역사의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쉬움과 함께 순종을 끝으로 피비린내 나는 수많은 이야기를 담은 이 씨 왕조 500년은 막을 내린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이 승하한 이후부터 매일 취급하던 문서, 상소문, 왕의 표정이나 기침까지 기록한 사료들을 편집하여 편찬한 사료적 가치가 높은 기록물이라고 한다. 한 권의 두께가 1.7cm인 2,077책으로 이루어진 실록은 1997년 유네스코에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최승진

외국에 살다 보니 필요한 책들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책벼룩시장방이 위챗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그리고 2017년 9월부터 한 주도 빼놓지 않고 화요일마다 책 소개 릴레이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이의 엄마로, 문화의 소비자로만 사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온 여성들의 이야기를 상해 교민 여러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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